책소개
≪백유경≫의 탄생
5세기경 인도, 불법 이외의 교법과 사악한 설법을 퍼뜨려 시대를 호도하고 사람들을 미혹하는 외도(外道)들이 나타났다. 그들을 보다 못한 승려 가사나(伽斯那)는 고대 인도의 구비설화와 불교 경전의 다양한 소재를 참고해 이야기책을 내놓았다. 참된 진리와 부처의 가르침으로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삶과 믿음에 대한 경각심과 교훈을 주려 한 것이다. 바로 ≪백유경≫이다.
≪백유경≫의 내용
≪백유경≫은 고대 인도인들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생생한 표현, 풍부한 해학, 간결한 구성으로 전개된다. 각 이야기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는 고사(故事)·우화(寓話)·사실(事實)이고, 후반부는 실의(實義)·잠언(箴言)·이치(理致)다. 이로써 문학적 흥미와 종교적 교훈을 동시에 제공한다. 이 때문에 동방의 이솝우화라고 칭송되며 중국과 한국의 민간 서사문학 발전에 크나큰 영향을 주었다.
번역본의 특징
옮긴이는 이야기마다 소견 또는 촌평에 해당하는 ‘췌언’을 덧붙였다. 뛰어난 통찰력으로 이야기에 어울리는 경구를 선정해 소개한다. 백 마디 설명보다 한두 줄 게송이 깨달음의 깊이를 더한다.
200자평
동방의 이솝우화. 5세기경 인도에서 나온 ≪백유경≫은 해학이 넘치는 이야기로 불교의 가르침을 전한다. 기발한 상상력과 기지가 어우러진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 삶의 주변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1500년 전 인도의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이 책에는 각각의 이야기에 대한 옮긴이의 예리한 통찰력이 담긴 ‘췌언’을 덧붙였다.
지은이
가사나는 5세기경 고대 인도의 승려로서 경전 번역에 참가했다고 하나 그 밖의 일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다.
옮긴이
조기영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한문과 한문학을 전공하고 유도회 한문연수원과 중앙승가대학 불전국역연구원 등에서 경전 공부를 했다. 권우 홍찬유 선생으로부터 지어재(之於齋), 연민 이가원 선생으로부터 인재(仁齋)라는 아호를 받았다. 연세대 국학연구원 및 강원대·충북대 등의 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했고, 연세대·강원대·경찰대·공주교대·방통대·목원대·상지대·한성대·경민대·경희대 등에 출강했다. 서정대 교수와 유도회 한문연수원 교수를 거쳐서 현재 한국고전교육원 교수로 있으며 연세대 학부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정도전의 ≪삼봉 리더십≫과 조광조 평전인 ≪위대한 개혁≫을 비롯하여 ≪하서 김인후의 시문학 연구≫·≪하서 시학과 호남 시단≫·≪한글세대를 위한 한문 강독≫·≪한문학의 이해≫·≪정보사회의 언어문화≫·≪한국 시가의 정신세계≫·≪한국 시가의 자연관≫·≪화랑세기≫·≪동몽선습 외≫·≪백련초해≫·≪경제문감≫·≪명심보감≫·≪백유경≫·≪반야심경≫·≪알기 쉬운 불교 용어 산책≫ 등과 다수의 논문이 있다.
차례
인언(引言)
1. 소금을 먹은 사람(愚人食鹽喩)
2. 우유를 짜지 않은 사람(愚人集牛乳喩)
3. 배로 머리를 맞다(以梨打破頭喩)
4. 어떤 부인의 거짓말(婦詐稱死喩)
5. 목이 마른데도 물을 바라보기만 하다(渴見水喩)
6. 죽은 아들을 집 안에 두다(子死欲停置家中喩)
7. 다른 사람을 형이라고 하다(認人爲兄喩)
8. 옷을 입을 줄 모른 산지기(山羌偸官庫衣喩)
9. 아버지의 덕행을 칭찬하다(歎父德行喩)
10. 3층 누각을 짓다(三重樓喩)
11. 자기 자식을 죽인 바라문(婆羅門殺子喩)
12. 석밀에 부채질한 사람(煮黑石蜜漿喩)
13. 화를 잘 내고 성급한 사람(說人喜瞋喩)
14. 길을 잃은 장사꾼(殺商主祀天喩)
15. 공주가 자란 이유(醫與王女藥令卒長大喩)
16. 사탕수수 농사를 망친 사람(灌甘蔗喩)
17. 반 냥 빚을 갚으려고 강을 건너다(債半錢喩)
18. 누각에 올라가 칼을 간 사람(就樓磨刀喩)
19. 은그릇을 잃어버린 사람(乘船失釪喩)
20. 천 냥의 살을 갚은 왕(人說王縱暴喩)
21. 아들을 얻으려던 부인(婦女欲更求子喩)
22. 귀한 향나무로 숯을 만들다(入海取沈水喩)
23. 비단을 훔친 도둑(賊偸錦繡用裹氀褐喩)
24. 참깨를 볶아서 심다(種熬胡麻子喩)
25. 불씨와 찬물을 모두 잃다(水火喩)
26. 왕을 흉내 낸 사람(人效王眼瞤喩)
27. 매 맞은 상처에 말똥을 바르다(治鞭瘡喩)
28. 부인의 못생긴 코를 잘라내다(爲婦貿鼻喩)
29. 베옷을 불에 태운 사람(貧人燒粗褐衣喩)
30. 처자식을 모두 잃은 양치기(牧羊人喩)
31. 나귀를 사온 제자들(雇債瓦師喩)
32. 금을 훔쳐 솜 속에 숨긴 장사꾼(估客偸金喩)
33. 과일나무를 자른 왕과 신하(斫樹取果喩)
34. 거리를 줄여준 국왕(送美水喩)
35. 거울 속의 한 사람(寶篋鏡喩)
36. 천안을 뽑아 온 신하(破五通仙眼喩)
37. 소를 모두 죽인 사람(殺羣牛喩)
38. 물을 떠나보낸 사람(飮木筩水喩)
39. 담벼락에 흙칠한 사람(見他人塗舍喩)
40. 대머리의 근심 걱정(治禿喩)
41. 서로 다투는 비사사(毗舍闍鬼喩)
42. 비단으로 낙타 가죽을 덮다(估客駝死喩)
43. 큰 돌을 갈아서 만든 것(磨大石喩)
44. 전병 반 개를 먹으려 하다(欲食半餠喩)
45. 문을 지킨 하인(奴守門喩)
46. 소를 훔쳐서 잡아먹은 사람(偷犛牛喩)
47. 원앙새 울음소리를 내다(貧人能作鴛鴦鳴喩)
48. 나뭇가지에 맞은 여우(野干爲折樹枝所打喩)
49. 도사의 엉뚱한 답변(小兒爭分別毛喩)
50. 꼽추 병을 고치는 의사(醫治脊僂喩)
51. 계집종을 때린 다섯 사람(五人買婢共使作喩)
52. 음악을 연주한 기녀(伎兒作樂喩)
53. 스승의 다리를 안마한 제자(師患脚付二弟子喩)
54. 뱀의 머리와 꼬리(蛇頭尾共爭在前喩)
55. 왕의 수염 깎기를 원한 신하(願爲王剃鬚喩)
56. 무물(無物)을 찾은 사람(索無物喩)
57. 장자의 입을 밟은 사람(蹋長者口喩)
58. 재물을 둘로 나눈 형제(二子分財喩)
59. 오지병 만드는 것을 구경하다(觀作瓶喩)
60. 물속 바닥에 비친 금(見水底金影喩)
61. 만물을 만드는 조물주(梵天弟子造物因喩)
62. 꿩고기를 먹은 병자(病人食雉肉喩)
63. 나찰의 옷(伎兒著戲羅刹服共相驚怖喩)
64. 오래된 집의 귀신(人謂故屋中有惡鬼喩)
65. 독이 든 환희환(五百歡喜丸喩)
66. 항해하는 방법(口誦乘船法而不解用喩)
67. 어떤 부부의 떡 이야기(夫婦食餅共爲要喩)
68. 서로 원망하고 해치려는 마음(共相怨害喩)
69. 음식을 급하게 먹는 남편(效其祖先急速食喩)
70. 과일을 모두 맛보고 산 사람(嚐菴婆羅果喩)
71. 두 눈을 잃은 남편(爲二婦故喪其兩目喩)
72. 쌀을 훔쳐 머금은 남편(唵米決口喩)
73. 겁쟁이의 거짓말(詐言馬死喩)
74. 거짓말한 바라문(出家凡夫貪利養喩)
75. 낙타와 항아리를 모두 잃다(駝甕俱失喩)
76. 공주를 사모한 농부(田夫思王女喩)
77. 당나귀의 젖을 짠 시골 사람들(搆驢乳喩)
78. 아버지 몰래 혼자 간 아들(與兒期早行喩)
79. 의자를 짊어지고 간 신하(爲王負机喩)
80. 제멋대로 약을 먹다(倒灌喩)
81. 활을 쏘려고 한 아버지(爲熊所齧喩)
82. 가마를 타고서 씨를 뿌린 농부(比種田喩)
83. 어른에게 매 맞은 원숭이(獼猴喩)
84. 월식에 개를 때리다(月蝕打狗喩)
85. 눈병을 두려워한 여인(婦女患眼痛喩)
86. 아들의 머리를 벤 아버지(父取兒耳璫喩)
87. 녹야흠바라 옷의 값(劫盜分財喩)
88. 콩 한 개를 찾은 원숭이(獼猴把豆喩)
89. 독사에게 물려 죽은 사람(得金鼠狼喩)
90. 돈주머니를 주운 사람(地得金錢喩)
91. 어떤 가난한 사람(貧人欲與富者等財物喩)
92. 환희환을 얻은 어린아이(小兒得歡喜丸喩)
93. 곰의 두 발을 붙잡은 할머니(老母捉熊喩)
94. 마니주를 찾은 사람(摩尼水竇喩)
95. 암컷을 죽이고 우는 수컷 비둘기(二鴿喩)
96. 거짓으로 자기 눈을 다치게 하다(詐稱眼盲喩)
97. 비단옷을 빼앗긴 사람(爲惡賊所劫失氎喩)
98. 거북이를 놓아준 소년(小兒得大龜喩)
게송(偈頌)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옛날에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참깨를 날것으로 먹었는데 맛이 별로여서 다시 볶아서 먹었더니 맛이 무척 좋았다. 그래서 혼자 중얼거렸다.
“차라리 볶아 심어서 맛있는 참깨를 얻는 것이 낫겠어.”
그리고 곧바로 참깨를 불에 볶아 땅속에 심어서 살아날 리가 없었던 것이다.
세상 사람이 또한 이러하다. 보살들이 오랜 겁 동안 수행하다가 어렵고 힘들면 즐겁지 않다 여기고 곧바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아라한이 되어 빨리 생사의 고뇌를 끊는다면 그 공덕이 매우 쉬울 거야.”
이윽고 불과를 구하려고 하지만 마침내 얻지 못한다. 참깨를 볶아 심어서 다시 날 리가 없는 것과 같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이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55~56쪽
옛날에 원숭이 한 마리가 콩 한 움큼을 가지고 있다가 잘못하여 콩 한 개를 땅에 떨어뜨렸다. 곧바로 손에 있던 한 움큼의 콩을 놓아두고 콩 한 개를 찾으려고 했다.
콩 한 개를 찾지 못했는데 앞서 놓아둔 한 움큼의 콩을 닭과 오리가 다 먹어버렸다.
출가한 보통 사람이 또한 이와 같다. 처음에는 한 가지 계율을 헐뜯고도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하지 않기 때문에 방탕과 일탈이 더욱 뻗어가서 모든 것을 버리게 된다. 저 원숭이가 콩 한 개를 잃자 다른 모든 콩을 땅에 놓아둔 것과 같다.
-199쪽